Visualized Mind 보여지는 마음
In an era where artists commission their art from AI, what does information signify to contemporary artists? Philosopher Han Byung-Chul, who has offered his interpretation of the modern age in his latest book, "The Extinction of Things," states: "The present in which we reside... is no longer defined by physical entities but rather by information. We no longer inhabit Earth and the skies; our residence is now Google Earth and Google Cloud. The world becomes increasingly enigmatic, obscured by clouds, and ethereal. Nothing remains tangible; solidity has given way to abstraction." According to him, we now generate and consume more information than physical objects, and 'existence is (soon) information.'
Nevertheless, the paradox that a world inundated with information demands clarity and solidity prompts inquiries into what lies beyond Google Earth and Cloud, the nature of information, and how to navigate it. Numerous contemporary artists are drawn to the intersection of science and philosophy, where information plays a transcendental role. They incorporate seemingly futile big data, previously unnoticed by most, as the foundational material for their creations. They also explore the pragmatic applications of information and craft algorithms to convey their messages. Artist Roh Hyun-ji employs information design as a means to venture into previously uncharted territories, with a focus on rendering information perceptible. Her interest centers on the intricate and elusive realm of the human psyche—a domain characterized by complex, individualized, and challenging-to-quantify emotions, responses to the environment, and the inner workings of human thought as they traverse life's journey. While these elements can be articulated through subjective interpretations using color and form, Noh introduces an additional processing layer. She positions data at the forefront of his creative process and presents it within a defined framework. In her 2018 work, "Emotion Grid for Exploring the Mind," he categorizes various human emotions into emotional descriptors and translates them into visual symbols arranged on a three-dimensional grid. This grid encompasses dimensions such as up and down, left and right, and front and back, spanning a spectrum from warmth to coldness. It enables us to linguistically and intuitively apprehend the myriad subtleties of human emotions. The human psyche's intricate and intricate emotional landscape is mapped onto a three-dimensional canvas, rendering it visually discernible and a subject of shared empathy that can be collectively interpreted. In her recent works, he transcends fleeting emotions to delve into the more entrenched inner worlds of individuals' temperaments and personalities. Leveraging data from the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TCI) test, which classifies a diverse array of unique internal responses to one's innate environment, he creates tangible visual representations akin to the concept of "temperament-personality maps" employed by the artist. As conveyed in the title of his work, "My (Harmless, Enjoyable, Beneficial) Ecosystem," Noh envisions the human inner world as a complex ecosystem shaped by individual intricacies. Despite being interwoven with diverse information, meaning, and values, it unveils observable patterns of varying magnitudes, emphasizing the diversity of inner worlds, much like the uniqueness of human faces. According to the artist, information design serves as an efficient means of comprehending information through data visualization. In the digital age characterized by information overload, information design proves valuable to those navigating a digitized society, facilitating the processing and acquisition of an ever-increasing volume of information. However, the artist introduces information design not as a tool for conquering the objective world through vast datasets but as a means of comprehending the inner world of humanity—a realm increasingly marginalized and overlooked in the domain of information. It is a narrative centered on exploring humanity through the prism of information—an artist's distinct history that diverges from the portrayals in literature and imagery, revealing its unique colors and forms. Eun Young Kim Chief Curator, 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
보여지는 마음
AI에게 그림을 주문하는 시대 예술가들에게 정보는 무엇일까. 동시대를 해석해온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신간 [사물의 소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사물이 아니라 정보가 생활세계를 규정한다. 우리는 이제 땅과 하늘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어스와 구글 클라우드에 거주한다. 세계는 완연히 더 이해할 수 없고, 더 구름으로 자욱하고, 더 유령같게 된다. 어떤 것도 손에 잡히게, 또 사물처럼 확고하지 않다." 그에 따르면 어느새 우리는 사물보다 정보를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존재는 (곧) 정보'가 되었다. 그러나 더 많은 정보에 둘러싸인 세계가 더 분명하지 않고 더 확고하지 않다는 것은 구글 어스와 클라우드에 잡히지 않는 세계의 영역들과 무엇이 정보이고 무엇이 정보가 아닌가, 정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정보가 과학기술에서 철학으로 넘어가는 경계지점에 많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쓸모없는 빅데이터를 작업의 기본재료로 취하기도 하고 정보의 쓰임새를 꼬집기도 하며 알고리즘을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노현지 작가는 무엇이 정보를 보이게 하는가라는 정보 디자인의 방법론을 눈에 보이지 않던 영역에 접근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그의 관심은 인간내면을 향해 있다.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 환경에 반응하며 느끼고 사고하는 복잡하고, 무수히 개별적이며, 정량화하기 힘든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를 색과 형태의 조형요소를 도구로 작가의 주관적 해석에 집중하여 오브제나 행위로 귀결되도록 표현할 수도 있지만 노작가는 여기에 다른 과정을 도입한다. 그는 데이터를 주재료로 놓고 이를 일정 틀에 따라 시각화하는 정보 디자인의 과정을 창작에 들여온다. 2018년작 <마음을 탐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감정 그리드>에서 그는 인간내면의 다양한 감정들을 감정단어들로 분류하고 이를 시각적 기호로 치환하여 3차원의 그리드에 위치시켰다. 위아래, 좌우, 앞뒤의 방향성이 있는 그리드의 칸들이 있고 그리드 전체는 따뜻함에서 차가움의 색채 스펙트럼으로도 펼쳐져 있어 인간이 느끼는 여러 뉘앙스의 감정들을 언어적, 직관적으로 포착해볼 수 있게 한다. 인간 내면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3차원 지도상의 데이터처럼 맵핑되면서 시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것, 함께 바라보며 해석할 수 있는 공감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작업에서는 일시적으로 흐르는 감정에서 나아가 좀더 고착화된 개인 내면의 세계로 기질과 성격을 다루었다. 개개인이 타고난 환경에 대한 고유한 내적반응의 여러 형태들을 분류하여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검사의 데이터들을 재료로 ‘기질성격도감’이라는 작가가 사용한 개념처럼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만든 것이다. <나의 (무해한, 즐거운, 유익한) 생태계>라는 작품제목대로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 내면은 저마다 복잡성을 토대로 한 하나의 생태계와 같다. 여러 정보와 의미, 가치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얽혀있음에도 그 안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질서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통해 똑같은 얼굴이 없듯 내면의 모습들도 다양함을 이야기한다. 작가에 따르면 정보 디자인은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방법이다. 디지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보광증의 시대에 정보 디자인은 보다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획득하기에 유용하다 여겨진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가 광대한 빅데이터를 통해 대상세계를 정복하듯 살아가는 와중 더욱 중심에서 멀어지고 정보의 영역에서는 도외시되고 있는 인간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정보 디자인의 방법을 도입한다. 정보경험을 통해 다가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문학이 서술하고 그림이 표현해내던 방법과 다른 접근으로 작가가 그려가고 있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에 고유의 색과 형태가 보인다. 김은영 블루메미술관 학예실장 |